해 지고 추워지기 전에 그 여인숙을 찾아가야 합니다
어두워지면 문을 꼭 닫고, 파란 슈미즈를 입은 여인숙 주인
밤새 손님을 뜨겁게 안아주지요, 아침 햇살이 찾아오면
주인이 손수 대문 열어 손님을 정중히 떠나보내고
손님은 제 몸에 스민 꽃내음 감추지 못해 붕붕거립니다
얼마냐고 묻지를 마세요
숙박비도 하룻밤 꽃값도 무료입니다
십일월 찬 서리 내린 다음 날 그 다음 날에도
오래오래 피어 있는 은현리 용담꽃
길 잃은 벌들이 찾아와 하룻밤 자고 떠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숙
* 마당으로 출근하는 시인, 문학사상사(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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