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렁주렁 사과들이 매달린
과수나무숲 이쪽에는 인기척이 없다
한 가지에 눌러앉았던
딱새일까 작은 부피 하나 허공을
떨어뜨리고 날아간다 홰치던
푸드덕거림이 사과나무 잔가지를 잠깐
감쌌다 놓아버린다
그 새가 방금 품었던 온기인 듯
가지에 난생(卵生)들이 다닥다닥 매달려 있다
고랑 저쪽에서 인부 둘이서
노란 플라스틱 궤짝을 마주 들고 와
막 부화된 설화들을 하나씩 따 담는다
시간에도 고통이 따랐을까
사과 알들은 핏빛 그득 머금고 있다
* 창작과비평 141, 2008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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