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사과밭 [김명인]

초록여신 2008. 9. 1. 10:56

 

 

 

 

 

 

 

 

 

 

주렁주렁 사과들이 매달린

과수나무숲 이쪽에는 인기척이 없다

한 가지에 눌러앉았던

딱새일까 작은 부피 하나 허공을

떨어뜨리고 날아간다 홰치던

푸드덕거림이 사과나무 잔가지를 잠깐

감쌌다 놓아버린다

그 새가 방금 품었던 온기인 듯

가지에 난생(卵生)들이 다닥다닥 매달려 있다

고랑 저쪽에서 인부 둘이서

노란 플라스틱 궤짝을 마주 들고 와

막 부화된 설화들을 하나씩 따 담는다

시간에도 고통이 따랐을까

사과 알들은 핏빛 그득 머금고 있다

 

 

 

 

 

* 창작과비평 141, 2008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