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빌려 타고 흘러든 두메, 골짜기를 향하여 굽이치는 개망초 여울에 휩쓸렸습니다. 여울 가운데 양주가, 안에서는 참깨밭을 매고 밖에서는 고춧대에 지주를 세우고 있었습니다. 거기 길섶에 자전거 세워두고 여울의 막바지까지 떠내려가보았습니다. 그 끝간데, 미루나무 몇그루 그늘 드리운 칡덤불 건너 오뉴월 땡볕도 푸른 바람으로나 몸 바꾸는 잔솔밭에 흙냄새 깊었습니다. 작은 새는 방향을 알 수 없는 데서 깃을 치고, 미루나무 우듬지 시냇물 소리에 속귀가 돋았습니다. 푹신한 솔가리에 등을 깔고는, 돌배기 누인 광주리 그늘에 놓아두고 콩밭을 맸다는 어머니의 젊은날 노동을 생각했습니다. 한낮의 그늘이 한참 돌아 땡볕에 드러난 아이가 빽빽 울어댈 때에야 땀냄새 물큰한 젓을 물리곤 했다는.
그 무진 강물 거슬러오면서 불볕에 취한 몸은 자꾸 까부라져, 파장질, 성냥한 쟁기날 길섶에 던져두고 코를 골던 아버지의 낮잠을 생각했습니다. 고무신 한짝은 풀섶에 모로 박히고, 구겨진 나들이옷 막걸리 자국에는 쉬파리가 끓었습니다. 대추알같이 붉은 목에는 개망초 꽃대 하나 그늘져 있었습니다. 밥풀때기 일삼아 흩뿌린 여울 가운데, 더위먹은 듯 핸들이 자꾸 꺾였습니다. 머물 수 없는 것들은 저마다 흐르고, 흐르지 않는 것은 없어서 그날의 아버지처럼 자꾸만 눕고 싶었습니다. 신발 한짝 개망초 여울에 떠내려보내고 막걸리 냄새 흩어진 길섶에서 쉬파리나 동무삼아 해를 넘기고 싶었습니다.
* 바람의 서쪽, 창작과비평사.
'詩다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물빛 [허수경] (0) | 2008.08.30 |
---|---|
새벽바다 [장철문] (0) | 2008.08.30 |
미친 사랑의 노래 [진은영] (0) | 2008.08.29 |
자작나무 여자 [최창균] (0) | 2008.08.27 |
초록 당신 [최창균] (0) | 2008.08.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