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살 한번 되게 앓은 뒤에
산길 간다
이 화창한 날을 보려고
되게 한번 튼 것인가
볕살만큼이나 가벼운 몸이다
배꽃보다
거름냄새 짙게 흩어진 날인데,
오늘이
살아온 날과
살아갈 날이 시소 타는 그날인가
당신만 늙어가는 것 같다고
취로사업도 잃은 아버지는
백주에 약주
아직도 아버지와 적대하는 내게
형님은 나무라는 전화 넣고
당신이 그랬듯이,
이쪽에서 당신을 품어야 할 나이인가
배꽃보다
분뇨냄새 짙게 흩어진 날인데,
갓 피어나는 것들은
갓 피어나는 그것만으로 아름다운 것인가
몸살 지난 몸처럼이나
가벼운 몸살
바람깃 같은 몸 데리고
산길 간다
* 산벚나무의 저녁, 창작과비평사(20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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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몸살에 치렁치렁 앓았던 그녀들은 지금쯤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산들산들 부는 바람 편으로 안부를 묻는다.
슬픔의바다님은 여기에 터를 잡으셨다.
꽃의 여왕 카라님은 일상의 분주함으로 잠시 詩를 떠나 있다.
망고주스처럼 상큼했던 망고님은 결혼을 했을까?
그리고 난 아직 詩몸살 중이다.
연락없는 그녀들이 그리운 날이다.
2004. 9. 12. 대구 영풍문고의 추억을 『산벚나무의 저녁』의 시집은 다 품고 있다.
(바람을 타고 떠나는 아름다운 기억 속에서, 초록여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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