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잎씩 꽃잎을 모아 한 송이 모란을 피우고 싶었습니다 개개의 꽃잎들이 얼마나 예쁘던지요 나는 참 풍성한 꽃떨기를 연상하며 꽃잎들을 불러 모았으나 물결이 칠 때마다 이리저리 일렁거릴 뿐 끝내 꽃송이를 이루지 못하지 뭐예요 물에 비친 내 얼굴같이 자세히 들여다보니 눈을 맞추면 코가 일렁거리고 입을 맞추면 눈썹이 삐뚤어지는 절름발이 붓 한 자루 너 뭐하니?
내 슬픈 세계를 한순간에
오롯이 확 열어 보일 수 있다면
흐르는 물결 속에도
내가 처음 그대에게 던진 마음의 표창 같은
눈꼬리가 올라간 하현달 하나
힐끗 훑어보곤 눈을 돌리고
너 뭐하니.
* 모란으로 가는 길 / 서정시학, 2008.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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