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몽땅싸리비 [윤관영]

초록여신 2008. 6. 29. 11:20

 

 

 

 

 

 

 

 

 

 

바람 맑아 칼칼한 날, 팥죽솥을 걸었네.

 

 

그늘엔 두툼한 눈덩이 쌓였는데

 

 

통장작에 앉아 불을 지폈네.

 

 

아랫도리부터 된통 한 번은 비틀어 올라가야,

 

 

끝장을 볼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모지랑싸리비

 

 

막대기가 된 싸리비,

 

 

묶은 칡은 풀리지 않았네.

 

 

발매치와 대솔장작을 몸 위에 얹고서,

 

 

신문지 한 장으로 제 몸을 불사르는 비움

 

 

또깡또깡 끊어지면서, 쉬 재가 되었네.

 

 

젖은 부지깽이도 그을리며 불타올랐네.

 

 

맑은 재 된 다비식이

 

 

팥죽 속에 새알을 남긴 듯해

 

 

보리 밟는 걸음으로 주걱질을 했네.

 

 

뭉근한 불땀 속에 나무주걱질은 귓바퀴를 닮아

 

 

귀신의 길을 알 듯도 했네.

 

 

 

 

 

* 어쩌다, 내가 예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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