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맑아 칼칼한 날, 팥죽솥을 걸었네.
그늘엔 두툼한 눈덩이 쌓였는데
통장작에 앉아 불을 지폈네.
아랫도리부터 된통 한 번은 비틀어 올라가야,
끝장을 볼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모지랑싸리비
막대기가 된 싸리비,
묶은 칡은 풀리지 않았네.
발매치와 대솔장작을 몸 위에 얹고서,
신문지 한 장으로 제 몸을 불사르는 비움
또깡또깡 끊어지면서, 쉬 재가 되었네.
젖은 부지깽이도 그을리며 불타올랐네.
맑은 재 된 다비식이
팥죽 속에 새알을 남긴 듯해
보리 밟는 걸음으로 주걱질을 했네.
뭉근한 불땀 속에 나무주걱질은 귓바퀴를 닮아
귀신의 길을 알 듯도 했네.
* 어쩌다, 내가 예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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