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를 위하여
ㅡ 오솔길의 몽상 4
고요도 익으면
도토리 몇 톨은 떨구는가
쓸쓸함도 사무치면
붉나무 잎새쯤은 물들이는가
오롯하다는 것
풀덤불 헤치면 거기
새 새끼 다 날아가 버린 뒤의
텅 빈 둥지 같은 것
어미 새가 우짖고 나면
더욱 고요하리
풀줄기가 스적이고 나면
더욱더 쓸쓸하리
오롯하다는 것
푸른 항변에 지친 억새밭은
이젠 잔광에 반짝이거나
소슬바람에 쏠리는 것
* 쪽빛 문장 / 문학사상사,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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