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어떤 기억된 헛간 문을 열고 들어갔다가
문에 대한 모든 기억들을 잃어버리고
그 어둔 공간 속에서
기억의 문짝을 애처롭게 두드릴 때, 그때
기억된 문의 녹슨 못을 뽑아줄 큼직한 장도리는
기억들 밖에 있는가
기억과 함께 그 헛간 속에 있는가.
눈썹만한 기억들이 시들시들 떨어져 나갈 때의
묘한 느낌들, 이러다가 나는 솜털 하나 남지 않은
기억들의 문둥이가 될지도 몰라.
먼지가 없으면 석양의 노을빛도 없겠지.
파먹힌 낙엽이라도 한 장 가슴에 달아볼까?
* 저녁의 첼로 / 민음사,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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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계선
1962년 춘천 출생
강원대학교 자원공학과 졸업
1986년 <<세계의 문학>> 가을호로 등단
1990년 첫 시집 『검은 지층』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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