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전생, 보이다 [윤관영]

초록여신 2008. 6. 12. 17:17

 

 

 

 

 

 

 

 

 

 

암소가 오줌 쏘는 길을

지나게 되었다 떨어진 오줌발이

뒤꿈치에 닿듯

그 인연이 내게로 왔다

느린 화면처럼 풍경이 이동했는데,

옥수수 수염 같은 가리개를 매달고

육체의 최하단으로 욕망을 흘리던 나

간장에 절여진 마늘쫑 같은 머리를 하고

오줌 세례를 서서히

정수리로 밀면서 떠오르는

나의 전생이 보였다

습관적인 오줌 하나도 제 육신의 상부로 끌어올려,

제 힘의 근원인 꼬리를 들어, 쏘는

저 힘이기에, 나만한 애송아지를 쏟아내리라

솟구치면서 숨찬 숨을 토해 냈다

황금빛 오줌이 내 귓불을 타고 흘러 내렸다

내 쏘면서, 한 번은 또 비틀어져야 하는

그 오줌 줄기 속에

햇살은 사금처럼 부서져 내렸고

갈색눈의 나는

...... 송치처럼 누웠다

그 곳엔 그 암소만한 그늘이 졌고

머리부터 떨어지기에 십상인 두엄더미는

그 배경이었다 근원부터

그 냄새였다

 

 

 

 

 

* 어쩌다, 내가 예쁜

 

 

.......

아주 어릴 때, 아버지께서 토정비결을 보시다가 내 전생은 닭이였다고 말씀하셨다.

그 말 탓이였을까?

난 닭고기를 먹지 않는다.

희디흰 백숙을 보면 속이 울렁거린다.

내 전생을 차마 입에 담지 못한다.

아주 가끔 목뼈나 날갯죽지를 살짝 뜯을 정도다.

암소의 오줌 소나기를 맞아 볼까나?

그럼, 내 전생이 살짝 보이려나...

꼬꼬댁 꼬꼬댁 아마 그럴 것이다. 그것이 내 전생에 대한 믿음이다.

(초록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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