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똥점 [윤관영]

초록여신 2008. 6. 11. 11:04

 

 

 

 

 

 

 

 

 

 

밖에서 싸는 똥은 그저

함박눈 내릴 때가 최고다

엉덩이에 닿을 랑 말 랑한 눈

닿아도 기분 좋은 눈

똥은 눈 속에 묻혀

주변이 금색으로 물들고

김이 오르면

궁뎅이를 옮기면서 싸는 맛은

모종삽 든 마음과도 같았다

처리는 눈의 성격에 맞추었는데

쌀가루처럼 퍼지는 눈은 재처럼 손바닥에 얹어서

젖은 눈은 야구공처럼 뭉쳐서

처리하면 실도 끊을 듯한 괄약근이

걸음걸이에 따땃해졌다

눈 기운을 엉덩이로 받으면 한 해가 거뜬했는데

눈으로 불쩍불쩍 씻은 손속으로

내기 뽕을 치면 그 날은

쥐면 뽕이요 또이또이로 잘도 떨어졌다

뽕이야 여인에 손등 때리기 뽕이

자연뽕 쥔 것처럼 푸짐했지만

눈에 눈 똥으로

한 해 농사는 점쳐졌다

몸통 맞고 내는 북소리처럼

 

 

 

 

 

* 어쩌다, 내가 예쁜

 

 

 

 

.......

어쩌다, 똥이 예쁠 때가 있다

그 향기가 코끝을 풍길 때면 지긋이 눈이 감길 때가 있다

눈에 누는 똥은 더 예쁘다.

금색, 골드로 변하는데 그 변화에 감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감정이 메마른 사람이 분명하다

눈에 눈 똥, 그 골드로 한 해 농사는 점쳐진다

농부의 미소를 훔친다.

강원도 삼척 하고도 몇 십리 더 들어가면 깊고 깊은 두메산골이 있다.

그 곳, 내 고향에서 그 똥들의 수다를 듣고 왔다.

그곳에서만은 어쩌다, 똥이 예쁜게 아니라 항상 예쁠 것이다.

(초록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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