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서 싸는 똥은 그저
함박눈 내릴 때가 최고다
엉덩이에 닿을 랑 말 랑한 눈
닿아도 기분 좋은 눈
똥은 눈 속에 묻혀
주변이 금색으로 물들고
김이 오르면
궁뎅이를 옮기면서 싸는 맛은
모종삽 든 마음과도 같았다
처리는 눈의 성격에 맞추었는데
쌀가루처럼 퍼지는 눈은 재처럼 손바닥에 얹어서
젖은 눈은 야구공처럼 뭉쳐서
처리하면 실도 끊을 듯한 괄약근이
걸음걸이에 따땃해졌다
눈 기운을 엉덩이로 받으면 한 해가 거뜬했는데
눈으로 불쩍불쩍 씻은 손속으로
내기 뽕을 치면 그 날은
쥐면 뽕이요 또이또이로 잘도 떨어졌다
뽕이야 여인에 손등 때리기 뽕이
자연뽕 쥔 것처럼 푸짐했지만
눈에 눈 똥으로
한 해 농사는 점쳐졌다
몸통 맞고 내는 북소리처럼
* 어쩌다, 내가 예쁜
.......
어쩌다, 똥이 예쁠 때가 있다
그 향기가 코끝을 풍길 때면 지긋이 눈이 감길 때가 있다
눈에 누는 똥은 더 예쁘다.
금색, 골드로 변하는데 그 변화에 감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감정이 메마른 사람이 분명하다
눈에 눈 똥, 그 골드로 한 해 농사는 점쳐진다
농부의 미소를 훔친다.
강원도 삼척 하고도 몇 십리 더 들어가면 깊고 깊은 두메산골이 있다.
그 곳, 내 고향에서 그 똥들의 수다를 듣고 왔다.
그곳에서만은 어쩌다, 똥이 예쁜게 아니라 항상 예쁠 것이다.
(초록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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