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선인장 [강연호]

초록여신 2008. 2. 19. 19:01

 

 

 

 

 

 

 

 

 

 

 

 

 

 

선인장에 물을 주었다

일 주일에 한 번, 딱 한 숟가락씩만 주랬는데

어쩌나 보려고 흠뻑 주었다

녀석은 불타는 갈증의 혓바닥을 어떻게 식힐까

혹시 저렇게 가시로 내뱉는 건 아닐까

궁금증을 변명 삼았지만

가학에 재미를 붙이는 동물은 확실히 인간뿐이다

선인장은 며칠을 견디지 못하고 썩어갔다

누렇게 담뱃진에 물든 내 손가락 같았다

선인장을 향한 이 맹목적인 증오는 물론 헛것이다

내 속의 갈증 내 몸의 가시

그게 두려웠던 것이다

 

 

 

 

 

 

 

* 세상의 모든 뿌리는 젖어 있다,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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