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장에 물을 주었다
일 주일에 한 번, 딱 한 숟가락씩만 주랬는데
어쩌나 보려고 흠뻑 주었다
녀석은 불타는 갈증의 혓바닥을 어떻게 식힐까
혹시 저렇게 가시로 내뱉는 건 아닐까
궁금증을 변명 삼았지만
가학에 재미를 붙이는 동물은 확실히 인간뿐이다
선인장은 며칠을 견디지 못하고 썩어갔다
누렇게 담뱃진에 물든 내 손가락 같았다
선인장을 향한 이 맹목적인 증오는 물론 헛것이다
내 속의 갈증 내 몸의 가시
그게 두려웠던 것이다
* 세상의 모든 뿌리는 젖어 있다,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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