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곡선으로 살으리랏다 [유안진]

초록여신 2008. 2. 8. 14:03

 

 

 

 

 

 

 

 

 

 

 

 점(点)과 점 사이의 최단거리를 마다하고

 점과 점 사이를 최장 거리로 살으리랏다

 

 

 옆길로는 옆걸음질, 뒷길로는 뒷걸음질, 오르막엔 솟구치고, 내리막선 내리꽂히며, 제자리선 비틀거리며, 오른켠으로 오그라들고, 왼켠으로 외돌다가, 기슭에선 휘돌고, 소여울에선 소용돌이치고, 절벽에선 꼬꾸라지며, 검은 세상 어디든 신호를 보내는 반딧불이처럼, 어설프게 미안해하며, 객쩍게 혼자 웃을란다

 

 

 예측불허의 방향에 스스로도 가슴 죄며, 마음 가는 대로 방향은 틀어져, 걷다가 뛰고 뛰다가도 걸으며, 정할 곳 없는 전방위(全方位)가 향방이라, 무당 손의 신장대같이, 서낭신의 마음꼴대로 살으리 살으리랏다.

 

 

 

 

 

* 다보탑을 줍다,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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