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나무는 제 몸의 가시가 싫었다
뽑아버릴 수도 도망칠 수도 없었다
그래서 최대한 가시나무이고자 했다
최선을 다했다
마침내 드디어 기어코 해냈다
가시나무만의 빛깔과 모양과 향기의 꽃을
그러나 다들 장미라고 불러버렸다
그러고는 잘라서 꽃병에 꽂아놓고 코를 벌름거린다
내가 나를 결정할 수 없는 여기를 세상이라고 한다
태어나보니 딸이라고 했다
죽었다 살아나도 딸이 아닐 수 없어
최대한 딸이 되려고 최선을 다했는데
며느리가 되고 말았다
산 사람보다는 귀신들과 더 자주 밤새우는
제삿상만 책임지는.
* 다보탑을 줍다 / 창비,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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