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설이는 사이
그는 에스컬레이터에 실려 올라가고
나는 내려가고 있었다
층계를 바꿔 타고 뛰어 올라갈까
분명 그 얼굴인데
어깨는 가라안고 몸통은 굵어졌고
무엇보다도 다른 표정의 인간이 된 그
그가 쥔 비닐봉투 속에
우루사 약상자가 흔들리며 따라가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생각
봄볕 받아 길에 누운 나무 그림자
그림자 밟고 지나가면
잠시 내 몸에 얼룩덜룩 올라섰다가
에라 모르겠다
다시 눕는 나무 그림자처럼
이런 생각은 길 위에서나 잠깐
잠깐 하고
우리는 계속해서
가던 길이나 가는 거겠지
종이컵에 빨대 꽂아 커피나 주스를 빨면서
빈 컵 바닥을 빨대로 더듬다가
마지막 공기 빠지는 소리 들리면
컵 구겨 내던져 버리면서
* 제7회 노작문학상 수상작품집 - 우수추천시인 작품 중에서, 동학사.
'詩다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떨림 [배용제] (0) | 2008.01.19 |
---|---|
독버섯 요리법 [최정례] (0) | 2008.01.19 |
세월 [이재무] (0) | 2008.01.19 |
春雪 ....... 정지용 (0) | 2008.01.18 |
하늘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0) | 2008.01.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