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에게서 엽서가 왔다
글씨마다 묻어나는 눈썹 진한 고독
시드니 해변을 걷다가 개발새발 몇 줄 썼다
읽을 만한 책이라도 보내달라는 추신
시인이 읽고 위안을 얻을 만한 책이 이 세상에 있을까
성대 밑에 혼자 살 때 내가 외로울까봐
시인은 집에 가지 않고 노래를 불러주었다
흐느끼며 이어진 심연의 노랫말들이 하늘로 가서
추적대는 장마비가 되었다
울고 있는 어깨를 숨겨주던 빗소리
무척 아픈 시인은 잠든 사이 죽을지 몰라
밤새 노래만 부른다
김포벌판 시린 새벽길을 건너가며
흥얼거리던 후렴
시드니 해변을 배경으로 개발새발 몇 줄 썼다
남의 나라에서는 죽기 싫어
시인은 아직도 긴 노래를 부르고 있을까.
* 야성은 빛나다, 문학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