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에 대하여 여 태 천 내가 뭘 동의했는지 모르겠다. 하루가 멀다 하고 걸려 오는 전화. '안녕하십니까'로 시작해서 낮고 조용히 파고드는 목소리. 무슨 말인지도 모르는 동의서 얘기도 하고 거기에 내가 동의했다고도 하고 그래서 이 좋은 소식을 전하게 되었다고 복음 전하는 목소리. 내가 수줍음을 많이 타는 걸 알고 있는 친구일까. 아니면 일면식 없는 동사무소나 세무서 직원일까. 제대 말년까지 괴롭히던 눈이 찢어진 이 병장이라면, 나는 그만 덜컥 겁이 난다. 이렇게 아무도 만나지 않고 꽁꽁 문을 걸어 잠그고 사람이 무서워 한 발짝도 나가지 않는 나를 도대체 저이들은 어떻게 알아낸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몇 날 며칠을 생각해도 곰곰이 또 생각해도 나는 무섭다 무섭기만 하다. 안녕하시냐니? 사람이 죽어도 눈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