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구두는 누구의 것이었을까 신 철 규 면도를 할 때마다 깎여나가는 감정들이 있다 나는 거울을 보며 턱을 쓰다듬는다 입술이 시리다 부드러운 계절은 갔다 지하에 있는 장례식장 빛과 함께 열기가 흘러나온다 형광등 빛이 면사포처럼 내려와 사람들의 얼굴을 노랗게 물들인다 벽에 비친 그림자들이 흐리게 일렁인다 몇은 낙엽처럼 웃고 몇은 메마른 가지처럼 몸을 떤다 웃음과 울음이 섞인 얼굴로 우리는 이야기를 하고 술잔을 건넨다 마주 앉은 사람의 표정에서 나의 표정을 떠올린다 가끔은 갈라진 목소리를 가다듬느라 입을 다문다 말은 얇은 막이 되어 우리 사이를 가르고 있었다 고개를 숙이자 머리카락이 흘러내려 얼굴을 가린다 신발을 바꿔 신고 간 사람은 있는데 신발 주인은 나오지 않는다 그는 실내화를 자기 신발이라고 착각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