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 김은경 우리는 매일 헤어지는 중이에요 대추나무는 대추알과 은행나무는 은행알과 지상의 모든 열매는 눈물방울 같아요 나는 대추나무 나는 은행나무 나는 감물 번진 노을 밑에서 홀로 서서요 팔이 떨어져 나간 사람은 팔이 있다는 착각을 하며 내내 살듯이 살 빠진 사람들이 두 개의 영혼을 갖고 살듯이 지난 가을 스웨터를 입고 상실감을 상실하는 나무가 되는 꿈을 꾸어요 알아요, 당신? 모든 나무의 눈물주머니 속엔 열매가 살아요 고욤나무의 고요를 자작나무의 한숨을 환희라는 꽃말을 가진 자귀나무의 역설을 빗방울처럼 받아먹는 저녁이에요 _《우리는 매일 헤어지는 중입니다》(실천문학사,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