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푼짜리 시 박 정 대 세상이 거대한 관공서 같다면 관공서 문을 열고 햇살 환한 거리로, 광장으로 담배 피우러 나가듯 키르기스스탄으로 가자 그곳은 고독이 눈발로 흩날리는 곳 관공서의 문을 열면 거기는 이식쿨 호수 뜨거운 가슴들시 모여 있는 물의 광장 창문을 열고 키르기스스탄의 골짜기로 떨어지는 눈발굽의 소리를 듣자 바람이 몰고 가는 세상의 음원들 물음표 같은 우리 귓바퀴에 한 짐 가득 모아두고 기나긴 겨울밤이면 시래기 된장국 끓이듯 조금씩 끓어오르는 내면의 음원을 듣자 세상에서 내가 발견한 음원의 원소주기율표를 그리다 보면 새들이 몰려와 마음 가득 폐곡선을 그리며 지나가리니 고독은 한 양푼의 비빔밥 고독을 비벼 먹으며 한겨울을 나자 이상 기후의 날들 속에서도 나의 담배 연기는 오롯이 검은 밤의 비파를 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