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맛 김 안 녕 장독대 속 묵은 김치를 죽죽 찢어 빨아 본다 여물어 터질 것 같은 여름이 섰는 포도원의 알을 깨물어 본다 봉숭아 물들인 손톱 그 안에 갇혀 있는 달 한 조각을 새벽 다섯 시 아직 깨지 않은 하늘을 아윈 그림자 비친 우물물 한 모금을 돌이켜 본다 어떤 암흑 속에서도 결코 신으로부터 구원받지 않겠어, 그걸 유일한 자부심으로 삼는 시인들이 우주 밥상에 그득하다 _《사랑의 근력》(걷는사람, 2021) ᆢ 우주 밥상에 그득한 시인들, 그들 중에 안부를 묻는 유일한 시인인 김안녕 시인! 저에게 있어서는 늘 다정한 이름인 "오래된골목"님. 함께했던 시간들이 떠오릅니다. 그 다정한 시의 맛은 김치를 쭉쭉 찢어 먹는 손맛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김장김치를 해주던 엄마의 손맛이 그리워집니다. 그리운 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