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다움

남의 가을을 훔쳐오다

초록여신 2006. 10. 12. 00:29

 

 

이제 가을인가 봅니다.

푸르디 푸른 서글픈 하늘이 애써 부정했던 가을을 인정하라고 소리칩니다.

 

 

 

강아지들 조차 신나있습니다.

말은 살찌는데 우리는 살찌는게 없는가 하고서 먹을 것을 줄 것을 요구하는가 봅니다

흰둥이 백구는 나를 원하고,

옆의 백구친구는 아마도 삼겹살에 눈이 가 있는 건 아닌지 궁금합니다.

 

 

 

산기슭을 수놓은 들국화는 다들 자기 자랑하기에 바쁜지...

아웅다웅 야단법석입니다.

잘나든 못나든 가을을 빛내는 꽃임엔 틀림없습니다.

수수하기에 그 순수함이 돋보이는

강한 생명력 앞에서 무너지는 마음을 추스리는가 봅니다.

 

 

 

아, 아, 아앗

가을햇살이 너무나 뜨거워 하늘을 쳐다볼 수 없나 봅니다.

아니면 너무나 많은 것을 보았기에 더 이상 볼 것이 없어 땅을 바라보는지도 모르겠군요.

그것도 아니라면 부끄러워서겠지요.

 

 

 

어느새

나비의 집이 되어버린,

나비의 집이길 허락해 버린,

공생의 아름다움

인간은 도저히 줄 수 없는 꽃과 나비의 조화로움입니다.

 

 

 

한가위 보름달은 고고한 모습으로 얼굴을 드러내는군요.

강원도의 하늘에도, 서울의 하늘에도, 경상남도의 하늘에도, 대구의 하늘에도...

소원을 빌었지요.

나를 아는 내가 아는, 나를 사랑하는, 내가 사랑하는 모든 분들의 건강과 행복을,

그리고 로또의 대박도 꿈꾸었지만

끝내 그건 하얀 종이의 물거품에 불과하더군요.

땀 흘리지 않은 건 내 것이 아니라고 가르쳐주더군요.

너무나 똘똘한 달님이시여!

 

 

그래도 말할 수 있는,

더 늦기 전에 말할 수 있는

결코, 부끄러운 선택이 아니었다는

새로움을 안겨주었노라고

더 큰 행복을 얻었노라고

허허허

웃어주더군요.

그래요,

말할 용기를 주시다니 그저 기쁘고 감사합니다.

 

 

 

 

 나약하지만, 흔들리지만

결코, 부러지지 않는다고 수줍어 하던 코스모스의 강함에 반해

다시 또 하늘을 우러러 보게 되는군요

한들한들

그 한들한들거림을

흐느적 흐느적 오징어춤을

코스모스는 한들한들춤과 흐느적흐느적춤을 올해도 유행시키는군요.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가을햇살의 뜨거움은

텁텁한 감을 맛깔스러운 빠알간 홍시로 익혀 놓았네요

새색시마냥 수줍어 떨어질 듯 말 듯

나를 따 먹을 사람 얼른 나를 데려가 다오라고 말하는군요

아,,,,

입으로 쪽````

정말 색기도는 먹음직스런 홍시입니다.

 

 

 

사랑하는 나의 가족들이 보고 느끼고 담아온 고향에 대한 따뜻함을,

고이 고이 담아온 엄마, 아빠의 둥근밥상에 담긴 반찬의 향긋함을,

하늘과 땅 아래 흐느적거리는 코스모스와 들국화의 향기를,

몰래 훔쳐왔습니다.

내년에는 이 모든 가을을 함께 몸소 느낄 수 있기를 소원해 봅니다.

남의 가을을 훔쳐오는 맛,

그 가을의 맛 또한  내 것인 것만 같습니다.

가을의 햇살은

남의 가을을 훔쳐온 나를 용서해 주리라 믿습니다.

 

 

 

 

아싸, 초록여신이 도둑질을...

그래요 신도 도둑질을 할 수 있지요...

피해를 입히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하늘도 허락하리라 믿으며...

남의 가을따라 즐기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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