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아직 기차역에 [최춘희]

초록여신 2019. 5. 24. 18:28


아직 기차역에

  최 춘 희








봄이 오듯 너도 환해졌으면


여름이 오듯 너도 푸르렀으면


가을이 오듯 너도 물들었으면


겨울이 오듯 너도 하얗게 피어났으면


아직 도착하지 않은 기차역에


흰 엽서 한 장 나비처럼 날아갔다


머리 위에 붉은 꽃을 꽂고


목젖이 젖혀지도록 까르르 웃었다


발빛이 다 젖도록 장대비 쏟아져 쾌청이다


눈알이 빨개지도록 기침을 하며


만산홍엽이다


기꺼이 모든 흔적을 지워버린 회색 병동


죽음이 게으른 고양이처럼 살찌고 있다




*초록이 아프다고 말했다(천년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