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기차역에
최 춘 희
봄이 오듯 너도 환해졌으면
여름이 오듯 너도 푸르렀으면
가을이 오듯 너도 물들었으면
겨울이 오듯 너도 하얗게 피어났으면
아직 도착하지 않은 기차역에
흰 엽서 한 장 나비처럼 날아갔다
머리 위에 붉은 꽃을 꽂고
목젖이 젖혀지도록 까르르 웃었다
발빛이 다 젖도록 장대비 쏟아져 쾌청이다
눈알이 빨개지도록 기침을 하며
만산홍엽이다
기꺼이 모든 흔적을 지워버린 회색 병동
죽음이 게으른 고양이처럼 살찌고 있다
*초록이 아프다고 말했다(천년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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