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장마 [권기만]

초록여신 2018. 7. 8. 13:31


장마

   권 기 만











어둠은 장마다

몇 걸음만 걸어도 장막처럼 쏟아진다

처음부터 지독하게 젖어 있어

장마인 줄 모르는 것일까

손전등으로 우산을 만들어도 그때뿐

북상중인 장마전선보다 먼저 와 있는 어둠을

사람들은 굳이 밤이라 부른다

장대비 속에서 누군가 구조 신호를 보내고 있다

상향등을 들고

그가 달려가는 하늘은 어디일까

잠시 쉬어가는 휴게소 같은 생

서둘러 우동 한 그릇 비우고

다시 장마 속으로 몸을 던진다





*발 달린 벌(문학동네,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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