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권 기 만
어둠은 장마다
몇 걸음만 걸어도 장막처럼 쏟아진다
처음부터 지독하게 젖어 있어
장마인 줄 모르는 것일까
손전등으로 우산을 만들어도 그때뿐
북상중인 장마전선보다 먼저 와 있는 어둠을
사람들은 굳이 밤이라 부른다
장대비 속에서 누군가 구조 신호를 보내고 있다
상향등을 들고
그가 달려가는 하늘은 어디일까
잠시 쉬어가는 휴게소 같은 생
서둘러 우동 한 그릇 비우고
다시 장마 속으로 몸을 던진다
*발 달린 벌(문학동네,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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