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기행
진 해 령
휴가 때 찍은 사진을 찾아온다
현상된 필름 속에는
블그레한 방마다 변사체가 들어 있다
못 볼 걸 보았던지 눈알을 도려낸 여자와
이를 죄 뽑아버린 남자는
푸석하게 웃고 있다 산발한 머리는 허옇게 세어 있다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도무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거기는 어디였던지
세상은 불우의 시립병원
우리는 추억의 행려병자,
좋았던 시절 부근을
서성이는 행복의 무연고자
욱신거리는 발목에 일련번호를 달고
냉동고 속에 방치된 부검 직전의 생
셔터가 눌러지는 순간 비명이라도 질렀는지
목구멍이 무덤같이 캄캄하다
우리가 추억하는 좋았던 시간들이란
기억이 만들어낸 신기루
오늘 우리가 고단한 등을 누이는 푹신한 침대는
공시소의 차가운 스테인리스 거치대는 아닐지
발목을 만져본다
*너무 과분하고 너무 때늦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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