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남해 기행 [진해령]

초록여신 2017. 3. 12. 18:53


남해 기행

  진 해 령











휴가 때 찍은 사진을 찾아온다

현상된 필름 속에는

블그레한 방마다 변사체가 들어 있다

못 볼 걸 보았던지 눈알을 도려낸 여자와

이를 죄 뽑아버린 남자는

푸석하게 웃고 있다 산발한 머리는 허옇게 세어 있다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도무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거기는 어디였던지



세상은 불우의 시립병원

우리는 추억의 행려병자,

좋았던 시절 부근을

서성이는 행복의 무연고자

욱신거리는 발목에 일련번호를 달고

냉동고 속에 방치된 부검 직전의 생



셔터가 눌러지는 순간 비명이라도 질렀는지

목구멍이 무덤같이 캄캄하다

우리가 추억하는 좋았던 시간들이란

기억이 만들어낸 신기루

오늘 우리가 고단한 등을 누이는 푹신한 침대는

공시소의 차가운 스테인리스 거치대는 아닐지

발목을 만져본다




*너무 과분하고 너무 때늦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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