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雲井 5 ...... [유형진]

초록여신 2015. 11. 26. 09:13


雲井 5

 유 형 진








 러시아 인형이 말을 한다 러시아 인형은 눈이 파래서 바다 같다고 아이는 생각한다 러시아 인형이 아이에게 말한다 나는 바다를 본 적이 없어 그러나 아이도 바다를 본 적 없고 그래서 바다를 모르고 바다에 대해서는 이름만 아는 풀하고 다를 것이 없는데 러시아 인형아 너의 눈은 바다 같아 하고 말해버렸다 파란 것은 바다라고 유모가 하는 말을 들었던 아이는 그럼 바다는 하늘 같은 거야? 러시아 인형에게 묻는다 러시아 인형은 나는 사실 하늘도 볼 수 없어 말만 할 줄 아는 인형인데 아이는 하늘도 모르는 파란 바다 같은 눈동자의 인형하고 대화하는 이런 시간이 어쩐지 반짝거리는 모래시계의 모래알 같다고 느낀다 아이와 러시아 인형은 몰랐던 바다처럼 슬프다고 생각하는데 슬픔도 하늘이랑 바다 같아서 어쩌면 단어만 알고 어디 있는 것인지도 모르는 별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이는 모르니까 이게 슬픔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러시아 인형을 눕혀 눈동자를 감기고 그옆에 누워 잠이 들었다



*우유는 슬픔 기쁨은 조각보(문예중앙,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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