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2015년 신춘문예 경남, 광주 남광, 무등, 경인, 중앙신인문학상 시 당선작

2015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물수리 그림자, 지나간다

김진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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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흠뻑 적시고 흘러간 붉은 저 강물 폐륜(廢倫)이라 해도

나는 연어의 힘센 자식 아니기에 돌이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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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마른 내 우물 모래바닥에 거친 예감 물살 치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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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이 할퀴어 쓰린 상처 위로 물수리 그림자 휙 지나간다

하늬바람 시작되는 곳, 너는 눈먼 꽃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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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부딪히는 북해에서 내 이물까지 오만 리 길

그곳에서 다시 고물까지 십만 팔천 리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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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함포처럼 요란하게 쏟아진다, 날아와 펑펑펑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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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은 이른 새벽부터 몸 비틀어 나를 껴 앉는데

너를 따라온 달이 눈동자에 월식으로 지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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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난한 땅에 새겨진 풍성한 강물의 위로는

돌아오고 떠나는 사이 제 몸 넉넉히 내어주는 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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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한 물길 찾아오다 세찬 숨결 아찔한 순간, 그 순간

너는 가끔 튀어 오르며 돌아온다 가슴 부푼 비린 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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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백

 

1993년 마산 출생, 경남대 가정교육과 군휴학(창원중부 방범순찰대 본부소대 상경),

청년작가아카데미 2기 수료, 2013년 경남 고성 디카시 공모전 우수상,

2014년 제28회 10·18문학상 시 부문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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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 광주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복숭아

 임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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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이 내 처음이야 말하던 젊은 아빠 입가엔 수염이 복숭아솜털처럼 엷게 돋아나 있었겠지 엄마는 겁도 없이 복숭아를 앙 물었겠지 언제부터 뱃속에 단물이 똑똑 차오르고 있었는지 모르지 이상하다 이상하다 당신이 매일 쓰다듬은 곡선이 나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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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여름 홍수 난 집 마당에 떨어진 복숭아 두 알 막 태어난 아기 얼굴 같은, 산모가 위험하니 그냥 낳으세요, 그냥 나온 나는 태어나 백도복숭아처럼 물컹한 젖을 물고 눈을 끔뻑거렸겠지 눕혀두면 하루종일 잠만 자니 얼마나 좋은지 엄마는 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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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나면 조금은 소란스러운 십 층집 어느 날 무선전화기가 날아다니는 종종 창문 밖으로 식탁 의자가 떨어지는 떨어진 의자가 일층 정원을 박살내는 동네방네 돌아다닌 소문이 햇볕을 꺾는 대낮 바람결에 모빌은 돌아가지 아이 좋아, 동해안 한 바퀴 시원하게 돌고 온 아빠 곰 같은 등 뒤에 서너 해 살다간 여자 풋복숭아 자국 돋아나는 눈두덩이 엄마 어디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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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이겨진 과육을 뚝뚝 흘리면서 나는 천천히 무릎을 쓰다듬지 뭉게뭉게 피어나는 욕탕에서 오랜만에 만난 당신의 살을 만지지 복숭아껍질 따가운 살갗, 엉덩이가 반으로 쪼개지는 기분이야 붉은 속살, 아빠와 엄마 사이에서 온탕과 냉탕 사이에서 애인과 남자 사이에서 갈팡질팡 놀지 더 이상 처음이 아닌 우리에게 또 한 철이

 

 

 

 

 

 

2015 남광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레몬

김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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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은 나무 위에서 해탈한 부처야

그러잖고서야 혼자 세상 쓴맛 다 삼켜 내다가

정신 못 차리는 세상에 맛 좀 봐라 하고

복장(腹臟)을 상큼한 신트림으로 불쑥 터뜨릴 리 없지

어쩌면 레몬은 말야

대승(大乘)의 목탁을 두드리며 히말라야를 넘던 고승이

중생의 편식을 제도(濟度)하다가

단것 단것 하는 투정에 질려

세상으로 향한 목탁의 문고리는 감추고

노란 고치 속에 안거한 건지 몰라

들어 봐,

레몬 향기가 득도의 목탁 소리 같잖아

　

레몬은 반골을 꿈꿔 온 게 분명해

너도 나도 단맛에 절여지는 세상인데

저만 혼자 시어 보겠다고

삐딱하게 들어앉아 좌선할 리 없지

가만 보면 레몬은 말야

황달 든 부처가 톡 쏘는 것 같아도

내가 단것을 상큼하다고 우길 땐

바로 문 열고 나와 눈 질끈 감기는 감화를 주거든

파계처럼 단맛과 몸 섞은 레몬수를 보더라도

그 둔갑을 변절이라 부르면 안돼

레몬의 마음은 말야

저를 쥐어짜면서 단맛을 교화하는 것이거든

　

레몬은 독하게 적멸하는 부처야

푸르데데한 색에서 단맛을 쫙 빼면

모두 레몬이 될 수 있어

구연산도 제 가슴에 맺힌 눈물의 사리(舍利)일지 몰라

레몬이 지금 내게 신맛의 포교를 해

내 거짓 눈물이 쏙 빠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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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수

 

1970년 광주광역시 출생, 1998년 전북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석사 과정 졸업,

2009년 제1회 '강원문학' 신인상 수필 부문 당선, 2013 농민신문 신춘문예 시조 부문 당선,

2013년 암사동 유적 세계유산 등재 기원 문학 작품 공모전 동화 우수상,

2014년 계간 '시조시학' 여름호 신인 작품상, 2014년 제10회 5ㆍ18문학상 시 부문 당선,

2014년 제1회 농어촌문학상 시 부문 우수상,

2014년 제2회 평택 생태시 문학상 우수상, 현 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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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신춘 무등문예 시 당선작

 

잉카 염전*

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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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누웠던 빈 둑마다

산이 뱉어놓은 통증이 하얗게 널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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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미가 바다가 아닌 산 이라니

소금은, 몰래 다듬어온 은빛 칼날로

자신을 가두었던 산의 자궁을 찌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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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이 달빛처럼 침식해 들어와

점점 빙하를 닮아가고 있었다

산을 벗어나는 법을 모르기에

정해진 몫만큼 매일 하늘로 보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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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이 물고 온 파도냄새가 두려울 때마다

몸을 낮춰 바람과 관계를 맺었다

소금을 잉태하던 순간부터, 산은

빗물을 붙잡아두기 위해

다랑이 밭에 둑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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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붓자식 같은 저것들,

그 안에서 구름 족속들과 뒹굴면

바다 따위는 기억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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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라려도 품지 않을 수 없는

단단한 고요를 깨뜨리기 위해

저희들끼리 엉기며 서로 핥아주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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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기억은 남아있지 않지만

짜디짠 그리움은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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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누웠던 잉카의 골짜기마다

억겁의 생채기가 눈보다 눈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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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카문명이 남긴 유물로 해발 3천 미터 산 속에 계단밭으로 형성된 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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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본명 나미화)

 

전북 김제 출생,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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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모자이크

이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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쨍하는 소리와 함께 앞집 유리창이 깨졌다 얼음판을 돌로 친 것처럼 어느 일성이 내놓은 모자이크, 여전히 붙어있는 파편들은 찡그린 얼굴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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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구멍이 난 곳을 정점으로 사방으로 퍼져나간 사나운 선들, 그 앞을 누군가 서성거리고 창밖의 나무 한 그루가 모자이크 처리된 채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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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얼음이 낀 12월의 안쪽은 왠지 범죄 냄새가 난다 조각 난 얼굴 위로 가끔 변검을 한 목소리가 튀어나오고 모자이크 속 남자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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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진 균열의 힘으로 버티고 서 있는 집, 깊숙한 구석까지는 채 다다르지 못한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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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햇빛 조각 하나가 섞여 있는 창문 

문을 꽝, 닫으며 뛰쳐나가는 여자 뒤로 은행나무 마른 가지들이 뿌연 하늘을 모자이크 처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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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서

 

안양시 만안구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예창작전문가과정

 

 

 

 

 

 

2015 중앙신인문학상 시 당선작(2014년 8월 공모)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할 때

유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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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에게 자세를 가르쳐주자

바다를 본 적이 없는데도 자유가 첨벙거린다

발라드의 속도로

가짜처럼

맑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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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지는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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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자유를 밀어내고

곧게 서려고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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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표를 그리기 전에 느껴지는 것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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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기 전에

새가 먼저 와주었던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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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순간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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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가 몸을 일으켜

바다 쪽으로 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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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를

저기 먼 돛단배에게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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돛단배는 가로를 알고 있다는 듯이

언제나 수평선 쪽으로 더 가버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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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과 몸이 멀어서 하늘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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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이우

 

1988년 송탄 출생. 평택시립도서관 기간제 근무 중.

 

 

출처 : 시사랑

글쓴이 : heartbreak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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