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보고 싶은 친구에게 [신해욱]

초록여신 2014. 12. 31. 09:03


보고 싶은 친구에게

 신 해 욱







열두 살에 죽은 친구의 글씨체로 편지를 쓴다



안녕. 친구. 나는 아직도

사람의 모습으로 밥을 먹고

사람의 머리로 생각을 한다.



하지만 오늘은 너에게

나를 빌려주고 싶구나.



냉동실에 삼 년쯤 얼어붙어 있던 웃음으로

웃는 얼굴을 잘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구나.



너만 좋다면

내 목소리로

녹음을 해도 된단다.



내 손이 어색하게 움직여도

너라면 충분히

너의 이야기를 쓸 수 있으리라 믿는다.



답장을 써주기를 바란다.



안녕. 친구.

우르르 넘어지는 볼링핀처럼

난 네가 좋다.



*생물성(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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