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길
김 행 숙
그 길은 8월 7일 오후 2시경에 가장 뜨거웠다. 방금 열차가 지나갔다. 그때마다 철은 단련된다.
철길을 보며, 사람들은 여러 가지 생각에 잠길 수 있다. 철길이 되기 이전에 철은 끓고 있었고, 그때는, 죽은 자를 위한 음식을 담는 그릇이 될 수도 있었다. 가능성의 차원에서 유유히 흐르던 시간은 어디에서 멈췄을까. 그때, 철의 미래는 교향곡에 담겨서 또는 종소리에 실려서 세상을 향해 울려 퍼질 수 있었지만, 철은 철길이 되었다. 철길을 보며, 누군가는 가지 않은 길에 대하여 하염없이 생각할 것이다. 그것은 대체 몇 개의 인생일까. 어두컴컴한 우주에서 나는 몇 번을 죽었다 태어나는 걸까. 태어난 나는 죽은 나를 다시는 알아보지 못하는가. 누가 누구를,
누가 누구를 업고 있는가. 철길을 보며, 다른 누군가는 차가운 시간과 뜨거운 심장이 동시에 멎는 자살을 꿈꾼다. 방금 열차가 지나갔다. 누군가는 그래도 멈추지 않는 시간에 대해 생각해야만 했을 것이다.
ㅡ에코의 초상(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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