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불량 젤리 [김은경]

초록여신 2013. 8. 26. 23:55

불량 젤리

 김 은 경

 

 

 

 

 

 

솔직히 말할까 익살꾼이 농담보다

담배 연기 한 줌

날 깔깔 웃게 만든다고

 

 

내 침대 밑에는 도루코 칼

말라비틀어진 중국산 담배

빨강 초록 불량 젤리 덩어리들

 

 

놀다 지칠 땐

젖은 걸레로 악취나 닦아보자

어디서 왔는지 모를 냄새를 빼내기 위해

 

 

봄이 와도

베란다엔

알 수 없는 것들 넘쳐나고

 

 

말해볼까,

너의 배꼽보다 피어싱을 더 좋아해

네 말보다

자꾸 깨물어버리는 혀를 더 확신한다는 거

 

 

볼록한

젤리를 씹으면서

씨익 웃는다는 거

 

 

 

시집, 『삶창』(2013)

'詩다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데드라인 [김남호]  (0) 2013.08.27
발작하는 구름 [김은경]  (0) 2013.08.26
자정의 희망곡 [김은경]  (0) 2013.08.26
새벽 세 시에서 네 시 사이 [김정석]  (0) 2013.08.26
강경에서 만난 웃음 [김정석]  (0) 2013.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