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달과 지구의 사이 [복효근]

초록여신 2013. 3. 10. 23:47

달과 지구의 사이

 복 효 근

 

 

 

 

 

 

 

 

반달이다

테두리는 선명한데

잘리운 경계가 흐릿하다

 

 

다 열지는 않은 다 닫지는 않은,

조금씩 내어주거나 조금씩 받아들였던

거기가 달의 문이다

 

 

그 속에 스스로를 감추었다가

새것으로 꺼내놓던

거기가 달의 마음이다

 

 

달이 바라보는 지구도 그러하리라

그러해야 하리라

잡은 적도 놓은 적도 없지만,

 

 

결단코 등을 보이지 않고

영원의 시간을 에워서 가는

보석처럼 슬픈 궤도가 그렇게 있다

 

 

 

* 따뜻한 외면, 실천문학사(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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