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돼지감자꽃 필 무렵 [곽재구]

초록여신 2012. 5. 22. 09:05

돼지감자꽃 필 무렵

 곽 재 구

 

 

 

 

 

 

 

 

왕대를 엮어 만든 그 집의 사립문 앞에는

윤사월 내내 돼지감짜꽃 환하게 눈 트여

숙맥인 노란 꽃 앞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 하염없이 나눌 만했다

사립을 매단 돌각담 한 귀에는

초록색 페인트가 벗겨진 편지함이 기우뚱 매달려 있는데

해 질 무렵 갈대밭을 헤매다 온

붉은머리오목눈이 한마리가

편지함 안으로 쏙 들어가는 것이었다

 

 

 

* 와온 바다 / 창비, 2012. 4,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