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량역의 지층
문 인 수
역무원도 두지 않은 시골 간이역은 하품 같다. 출찰구 옆 키가 껑충한 나무기둥은 허리쯤에 투명 아크릴 집표함만 하나 달랑, 낮게 차고 있다. 그전 것 한 겹, 좀전 것 한 겹, 요새 것 또 한 겹, 도안이며 규격이며 지질이 각기 다른 기차표들이 시루떡처럼 한데 차곡차곡 쌓여 있다. 가만,
이게 도합 몇년 치나 될까.
편도에 잠깐씩 묻은 손때도 결국 괄목할 만한 두께구나. 새로 난 길의 신판 절개지 앞에 선 것 같다
내 머릿속에도 하긴 여러 가닥 기적소리가 무지개처럼 겹겹 휘어져 있을 것이다. 간혹 관정처럼 뚫고 들어가보는, 빨대 꽂아 물게 되는 시절/시절/시절, 지난 시절은 이 모두 아름다운 잠이다.
* 적막 소리
'詩다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방 [문인수] (0) | 2012.02.08 |
---|---|
사과의 조건 [이수명] (0) | 2012.02.08 |
나의 부드러운 현존 [이수명] (0) | 2012.02.07 |
저녁의 눈 [박형준] (0) | 2012.02.04 |
순간이 무성해진다 [이수명] (0) | 2012.02.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