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직유법
ㅡ아라리 3
아침은, 거대한 나무가 가지 끝까지 잎잎이 물기를 적시듯 온다
제 힘인 듯 아닌 듯 애초부터 내 것과 네 것 구분이 없었다는 듯 사랑인 듯 공포인 듯
와서 마구 출렁인다 온 힘을 다해 햇빛을 튕겨낸다 먹은 것 먹힌 것 꼼지락대면서
게으른 듯 격렬하게 아픈 사람을 잡아당긴다 새벽 강가에 서보면 안다 불수의근육이어서 멈추지도 못하고 양각인 듯 음각인 듯 천지간 새겨 넣고만 싶어서
그러나 저 혼자는 아닌 듯 근육들이 뭉개져서 마침내 다른 나무를 간질이면서 발작인 듯 고요인 듯이
경계를 막 밟으면서 나무는 마침내 江의 근육이 된다 사랑도 근육이어서 나는 내가 아픈지도 모르고 경련인 듯
음악인 듯 강물에 빠져들어서 남은 실뿌리를 죄다 풀고 싶은 것이다
* 아라리, 랜덤하우스(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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