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집에 앉아 밥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상 위에 놓인 숟가락 골똘히 들여다본다
숟가락 맨 처음 세상에 내놓은 이는 누구일까
출생 연도와 출신지를 알 수 없는
이 숟가락 든 손 얼마나 될까
한탄과 눈물로 숟가락 든 이가 있을 것이다
겸허와 감사로 숟가락 든 이도 있을 것이다
이 숟가락 애인처럼 반가운 이,
사자처럼 저주로 보인 이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뜨고 퍼 나르며 평생을 살다가
숟가락은 어느 날 홀연 밥상을 떠날 것이다
내가 모르는 수많은 입과 손 다녀왔을
숟가락 앞에 놓고 숟가락 놓지 않기 위해
악착같이 살아온 날들 떠올리는 동안
소찬들이 나오고 밥과 국이 나온다
천천히 밥 한 그릇 달게 비운다
숟가락 앞에서 밥은 비로소 밥이 된다
* 경쾌한 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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