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숟가락은 말한다 [유홍준]

초록여신 2011. 7. 2. 10:06

 

 

 

 

 

 

 

 

 

 

 

흉기보다 더 무서운 것이 숟가락이다

 

 

삶이 내게 고통이라는 양식을 퍼먹일 때

나는 약 안 먹으려는 아이처럼 자지러졌고

발버둥을 쳤고

발악을 했다

어머니처럼 억지로

숟가락이 내 입을 벌리고 약을 먹일 때

이빨을 앙다물고 버텄던 그건

일곱살 때의 이야기,

 

 

밥이 없고 눈물이 없고 숟가락이 없으면 어떻게 살아?

 

 

오늘도 내게 숟가락은 말한다

 

 

ㅡ입은 입을 막는다

   잎은 잎을 막는다

   그러나 숟가락은 숟가락을 막지 않는다

 

 

 

 

* 저녁의 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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