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마흔, 바라보다 [김규린]

초록여신 2011. 4. 4. 10:04

 

 

 

 

 

 

 

 

 

등 뒤에서 표정을 바꾸는 인물화처럼

무리 속에 들어 있는 세상은

낯설었다

핀에 꽂힌 채 파닥거리며

거품 문 시절 있었다

낯설고 더딘 물살이 갑자기

중년을 이끌고 온 어느 날

나는 우주의 썰물과 밀물에 몸을 누인다

비로소 모든 게 완벽해진다

내 몸은 노파의 속고쟁이처럼 느슨하여

아침 해가 비스듬히 투과하기 적당해졌다

잡을 수 없는 표정 지으려

허투루 몸을 부리지도 않는 법을 배웠다

얼음 같이 녹아내린 여자가 안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한 시절 모래톱에 파묻혔던 무릎 뽑으며

바라본다 작두 같은

햇살,

밟아주고 싶다

 

 

 

* 열꽃 공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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