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치
ㅡ백양나무 터널
내 하루가 또 저렇다
길 건너편에서 종일 기다리는 가로수를 만지기 전 나는 뭐였을까
눈매 죽이고 납작해진 잎새들의 지느러미처럼
내 지향성은 햇빛이 통과하는 먼지에 가깝다
부드러운 살결을 가진
나뭇잎 사이 이슬로의 수로가 있다면
푸르른 욕조는 비밀이 아니다
그쪽 나무도 이쪽을 넘보다가 목이 매끈해졌다
깨금발하고 팔과 손바닥을 한껏 뻗어
힘들지만 우린 겨우 서로 닿았다
우선 잎새들의 입맞춤에 불과하지만
그게 스우치가 아니었을까
길 위의 나무 터널 안은 금방 환해졌으니
* 진흙 얼굴, 랜덤하우스중앙(2005)
'詩다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뭇잎/나뭇잎들 [송재학] (0) | 2010.06.05 |
---|---|
봄비에서 여름비 사이 [정영선] (0) | 2010.06.05 |
봄날이 간다 [최정례] (0) | 2010.06.02 |
공중 외 [송재학] ㅡ 2010 제25회 소월시문학상 대상수상작 (0) | 2010.05.30 |
명자나무 우체국 [송재학] (0) | 2010.05.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