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外界

[스크랩] 대안교육과 공교육의 컨버전스-태봉고

초록여신 2010. 2. 27. 00:32

■대안교육과 공교육의 컨버전스-태봉고

산골 마을에 전동드릴 소리가 요란했다. 3월2일 개교를 앞둔 태봉고(경남 마산시 진동면)에 기숙사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 학교는 두 가지 측면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하나는 경남 최초로 만들어지는 공립형 대안학교라는 점에서다. 공립형 대안학교는 대안학교처럼 자율적인 교육과정을 운영하되 학교 설립·운영비를 공적으로 지원받는 학교 모델이다. 지난해 '대안학교의 설립·운영에 관한 규정'이 일부 개정되면서 공립형 대안학교가 확산될 수 있는 제도적 발판이 마련됐다. 전국 1호 공립형 대안학교인 경기 대명고에 이어 올 3월 태봉고와 동화중(전북 정읍)이 개교를 준비 중이다.

   
경남 최초 공립형 대안학교인 태봉고 여태전 교장(왼쪽)은 산청 간디학교 교감 출신이다.
또 하나 화제가 된 것은 태봉고 교장으로 여태전 전 산청 간디학교 교감을 초빙한 것이다. 여 교장은 간디에서의 경험을 바탕 삼아 사토 마나부식 배움의공동체 모델을 태봉고에 적용하겠다고 공표했다. 간디학교 부임 직후 그는 ‘내가 혹세무민을 했던 건 아닌가’ 하며 괴로웠다고 한다.

공립학교 교사 시절부터 간디학교에 미쳐 책(<간디학교의 행복찾기>)까지 썼건만 현장에 가 접한 학교는 위태롭기 짝이 없었다. 모든 것을 냉소하고 모든 배움을 부정하는 듯한 아이들의 태도가 특히 충격적이었다. 수업 결손율은 갈수록 늘고 있었다. 이건 아니지 싶었다. 배움에 대한 열망이 간절할 때 홀연한 깨달음도 생기는 것인데, ‘자유로운 대안학교’라는 허상을 좇다 모두가 하향 평준화되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도 들었다.

그때 접한 것이 배움의공동체였다. “서로 배우는 관계가 되자. 교사 또한 가르치는 전문가가 되기보다 배우는 전문가가 되자. 어떻게 가르쳤는가가 아니라, 아이들의 배움이 어디에서 어떻게 일어나고 멈추는가를 보자”는 메시지에 그는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내부 구성원의 자율 의지를 억압한다는 교사·학생·학부모의 반발을 무릅쓰고 그가 배움의공동체 도입을 밀어붙인 것이 2008년. 이로 인한 변화가 막 눈에 보이기 시작할 즈음 그는 공교육으로 돌아왔다.

배움의공동체 외에 그가 또 하나의 근간으로 삼고자 하는 것이 메트스쿨이다. 차터스쿨(자율형 공립학교)과 더불어 미국식 개혁 모델로 꼽히는 메트스쿨은 ‘한 번에 한 아이씩 가르친다’는 교육 철학에 바탕을 두고, 아이의 관심사에 따라 학교 밖 현실 세계를 경험하는 체험학습 중심으로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태봉고 또한 학부모를 포함해 대학 교수·변호사·디자이너·태권도 관장 등 지역 사회 구성원을 길잡이 교사(멘토)로 확보해 ‘인턴십을 통한 학습’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여 교장은 밝혔다. 이름하여 ‘학교를 넘어선 학교’다.

대안학교의 경험을 공교육에 접목시키고 싶다는 그는 최근 흐름이 잘만 하면 한국 교육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로써 집안 형편이 어려운 아이도 질 높은 대안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교사 입장에서도 지금이 기회다. 이우학교 정광필 교장은 교장·교사 초빙제 확대, 단위학교 자율화 조처 실시 등으로 제도적 여건이 훨씬 개선됐다고 지적했다. 마음만 있으면 길이 열린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아예 교사·학부모들이 기존 학교 하나를 점찍어 통째로 리모델링하려는 시도도 생겨나고 있다.

‘적당히 묻어가려는’ 교사야 관심 없겠지만 제대로 된 교육을 꿈꾸던 교사라면 이렇게 새로운 학교가 하나둘 생겨나는 것을 보며 마음의 동요를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여 교장은 말했다. 정 교장은 이런 학교가 전국에 20곳만 생겨나도 변화의 속도가 급격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함께 배우는 학교가 가능함을 직접 목격하는 경험이 한국 교육에 티핑 포인트(극적 전환점)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출처 : 열린 공간
글쓴이 : 초록느낌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