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하게도 내 몸은 코끼리다
사랑을 잃고 모든 기운도 잃은 채
밥벌이에, 해내야 할 일로 무겁디무겁다
무거워진다는 건 죽음과 가까워진다는 것
무거운 노동과 사람과 사람 사이
정처 없는 마음, 슬픈 북소리가 내 뼈를 울린다
홀로 어딘가로 떠나지만
어떤 곳으로도 가지 않는 건 아닐까
제자리에서 방향도 목적도 없이 길을 잃고 사는 게
당신도 가슴 없이 머리로만 사는 게 아닌지 괴로워한다
간혹 방 열쇠를 찾듯이 자신의 가슴을 찾는다
가슴을 찾다 문제까지 잊어버리고
정작 잊고 싶은 기억은 잊지 못한 채
끝끝내 한 송이 기쁨도 발견하지 못한 채
아늑한 불빛만 찾아 어슬렁거린다
* 침대를 타고 달렸어, 민음사(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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