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코끼리 열쇠 [신현림]

초록여신 2010. 1. 17. 19:00

 

 

 

 

 

 

 

 

 

 

 

 

우울하게도 내 몸은 코끼리다

사랑을 잃고 모든 기운도 잃은 채

밥벌이에, 해내야 할 일로 무겁디무겁다

무거워진다는 건 죽음과 가까워진다는 것

 

 

무거운 노동과 사람과 사람 사이

정처 없는 마음, 슬픈 북소리가 내 뼈를 울린다

홀로 어딘가로 떠나지만

어떤 곳으로도 가지 않는 건 아닐까

제자리에서 방향도 목적도 없이 길을 잃고 사는 게

 

 

당신도 가슴 없이 머리로만 사는 게 아닌지 괴로워한다

간혹 방 열쇠를 찾듯이 자신의 가슴을 찾는다

가슴을 찾다 문제까지 잊어버리고

정작 잊고 싶은 기억은 잊지 못한 채

끝끝내 한 송이 기쁨도 발견하지 못한 채

아늑한 불빛만 찾아 어슬렁거린다

 

 

 

 

* 침대를 타고 달렸어, 민음사(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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