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나무 위에 올라 [신현정]

초록여신 2009. 11. 28. 20:10

 

 

 

 

 

 

 

 

 

 

 

난 지금도 나무에 오르기를 좋아한다네

 

물 오르듯이 오르는 나무 오르기를 좋아한다네

 

나무를 부둥켜안고 오르는 나무 오르기를 좋아한다네

 

내 집에 와서 나를 찾으시려거든

 

우선 나무 꼭대기부터 올려보시는 게 상책일 것이네

 

난 나무에 무슨 짐승처럼 웅크리고 있지 않으면

 

양팔을 높이 치켜들고 있을 것이라네

 

하늘에 벌서는 것 절대 아니라네

 

아니 벌서고 있다네

 

이렇게 양팔을 든 채로 뿌리내리고 싶다네

 

푸름을 울고 있다네

 

문득 새가 되리라는 꿈도 있다네

 

그렇다네

 

오늘은 나를 못 찾을 수도 있다네.

 

 

 

 

* 바보사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