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유민遺民 ....... 정일근

초록여신 2009. 6. 6. 11:12

 

유민遺民

ㅡ 『가락국기駕洛國記』를 읽는 친구

 

 

 

 

 

 

 

 

 

 

 

 

그의 나라는 사라졌지만

옛땅에 사는 그는 부장품副葬品처럼 남아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왕王의 날

사직社稷의 아득한 내력을 슬픈 불경처럼 외우고는

왕이 묻힌 곳을 향해 마지막 무사武士처럼 산다

 

 

그에게 역사는 기록이 아니라 구술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 나라의 역사에는

누구도 마침표를 찍지 못하는 것이다

 

 

왕조王朝의 피의 반은 하늘에서 내려오고

나머지 반은 바다 건너 먼 이국에서 건너왔다고 한다

 

 

피가 내려온 하늘이 사라지지 않고

피가 건너온 바다가 마르지 않는 한

종묘와 사직은 영원하다고

바다 같은 피가 살아 여전히 출렁거린다

 

 

끝나지 않는 왕조의 오늘이 그에 의해 구술되고

오래된 비망록처럼 말라 바스락거리는 역사에

유민의 누우런 하루가 더해지고 있다

 

 

 

* 누구도 마침표를 찍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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