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민遺民
ㅡ 『가락국기駕洛國記』를 읽는 친구
그의 나라는 사라졌지만
옛땅에 사는 그는 부장품副葬品처럼 남아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왕王의 날
사직社稷의 아득한 내력을 슬픈 불경처럼 외우고는
왕이 묻힌 곳을 향해 마지막 무사武士처럼 산다
그에게 역사는 기록이 아니라 구술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 나라의 역사에는
누구도 마침표를 찍지 못하는 것이다
왕조王朝의 피의 반은 하늘에서 내려오고
나머지 반은 바다 건너 먼 이국에서 건너왔다고 한다
피가 내려온 하늘이 사라지지 않고
피가 건너온 바다가 마르지 않는 한
종묘와 사직은 영원하다고
바다 같은 피가 살아 여전히 출렁거린다
끝나지 않는 왕조의 오늘이 그에 의해 구술되고
오래된 비망록처럼 말라 바스락거리는 역사에
유민의 누우런 하루가 더해지고 있다
* 누구도 마침표를 찍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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