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해가 저무는 시간
고요함의 진정성에 기대어
오늘의 닻을 내려놓는다
땀에 젖은 옷을 벗을 때
밤하늘의 별들이 내 곁으로 다가와
벗이 되고 가족이 된다
우연이라기엔 너무 절실한 인연
마음 놓고 속내를 나눌 사람
그 소박한 손을 끌어안는다
별들의 속삭임이 나를 사로잡을 때
어둠을 이겨낸 세상은 다시 열려
나는 외롭지 않다
언젠가는 만날 날이 있을 것으로 믿었던
그대들 모두 은하銀河로 모여들어
이 밤은 우리 따뜻한 가족이다
* 따뜻한 가족 / Poetics시학, 2009. 4. 20.
.......
등단 50주년 반세기를 맞이하여 펴내는 김후란 시인의 이번 시집 제목이 『따뜻한 가족』이라는 점은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온갖 기계문명의 홍수와 자본만능의 물신주의 팽배현상 속에서 인간상실, 가족해체가 심화돼가는 것이 오늘날 21세기의 어두운 풍경이 아닌가. 이에 비추어 인간성의 회복은 바로 생명력의 회복이고 사랑의 회복, 따뜻한 가족의 회복에서 찾아질 수 있을 것이 분명하다.
김후란의 시는 궁극적인 면에서 희망의 시학, 평화의 시학을 지향한다. 그가 추구해 온 시정신은 일관되게 어둠에서 빛으로, 슬픔에서 기쁨으로, 절망에서 희망으로 나아가려는 희망의 정신이며 동시에 그 모든 삶과 시, 역사행위는 평화의 정신에 바탕을 두고 전개돼 나아가야 한다는 신념을 일관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ㅡ김재홍(문학평론가.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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