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보낸 엽서인가
떨어져 내 앞에 놓인 나뭇잎,
어느 하늘 먼 나라의 소식
누구라도 읽으라고 봉인도 하지 않았다
누군가의 손길이 펼쳐놓은 한 뼘 면적 위에
얼마나 깊은 사연이기에
그 변두리를 가늠할 수 없다
가장 소중한 것들은 이렇게
발음할 수 없다는 듯,
가장 깊은 사랑은
다만 침묵으로만 들려줄 수 있다는 듯
글자는 하나도 없어
보낸 이의 숨결처럼 실핏줄만 새겨져 있어
아무렇게나 읽을 수는 없겠다
누구의 경전인가
종이 한 장의 두께 속에서도
떫은 시간들은 발효되고 죄의 살들이 육탈하여
소멸조차 이렇게 향기로운가
소인 대신 신의 지문이 가득 찍힌 이 엽서는
보내온 그이를 찾아가는 지도인지도 모른다
언젠가 나도 이 모습으로 가야하겠다
* 마늘촛불, 애지(200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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