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밤이 너에겐 낮이고
너의 낮이 나에겐 밤이라
우리 사이엔 거대한 태평양이
누워서 파도친다
끝도 없이 캄캄한 해안가로
난폭하고 순결한 물결이
무슨 뜻을 품고 굽이쳐 오는 것만 같은데
사실 무슨 뜻이 있겠는가
내 이름조차 기억 못하는 너를 향해
전화기를 들었다 놓는 것과 같다
잠시 다른 밤 다른 낮을 살고 있는
남의 나라에서
내 나라를 향해 한껏 밀려갔다가
다시 돌아서 밀려오는데
셀 수도 없는 네가 거기 떠올랐다 가라앉는다
파도에 굴러다니는 태초부터의 자갈들처럼
생각의 까마귀떼라
얼굴도 몸통도 어깻죽지도 두 팔도 무너지면서
* 현대문학 55주년 기념 연재(월, 수, 금 연재) / 한국대표시인 70인 - 시, 사랑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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