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外界

[스크랩] 시안 신인상 당선소감

초록여신 2009. 2. 13. 17:50

 

 

 

 

지금으로부터 한국 시단은 (고졸에 단양 촌년인) 나로 인하여 빛날 것이다. (이건, 두 딸의 말이다.) 나는 십 남매의 여덟 번째로 현재 종갓집 맏며느리다. 세 아이의 어미로 모두 배 째고 낳았다. “셋 다 배 째고 애 낳아 봤어?” 내가 내게 힘 줄 때 하는 말이다. 내가 운영하는 철물점은 나의 미모 때문에 항시 손님이 바글바글 끓고 돈도 많이 벌고 있다.

이번 신인상 심사를 하신 심사위원이야말로 훌륭한 분들이다. 한국 시단의 반이 박사이거나 교수인 그 틈에서 너는 들러리에 불과하다고 시어머니께서 말씀하셨지만, 그럼에도 내가 웃을 수 있는 것은 나만의 비장의 무기가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모르는 도떼기시장이 삶의 터전이요, 평생을 파먹어도 고갈되지 않을 철물광산이 내 소유이기 때문이다. 나를 지금껏 이끌어 준 선생님의 말처럼 나는 평생 철물 시만 써도 다 못 쓰고 죽을 것이다. 그런 자원을 가진 나를 알아본 심사위원들의 높은 안목이야말로 한국 시단의 밝은 미래와 희망이 아닐까 한다.

이제 시안은 나 때문에 더욱 유명한 잡지가 될 것이다. (이건 책을 몇 백 권 사겠다고 덤비는 남편의 말이다.) 남편은 단양 중․고 동창회장에 청년회장을 지낸 사람으로 그의 주변을 손가락으로 세며 잡지를 몇 백 권이나 주문해야 할까 고민 중이다. 소백산 등산로 초입에서 ‘비로봉식당’을 하며 새밭에 사는 둘째오빠는 향어를 잡을까 송어를 잡을까 토종닭을 잡을까, 〈등단 기념 파티〉를 열어 주겠다고 난리다. 십 남매, 그러니까 조카들까지 하면 이미 40명이 넘는 친정 식구들과 우리 철물점 거래처만 해도 수십 곳이다. 잡철물 성광 사장, 우리건재 사장, 천지포장 사장과 전기 가야 사장, PVC 태전 사장, 백경 사장과 플라스틱 기물 대흥물류 사장, 수도 고려 사장 등등 축하 전화와 함께 환심을 사려고, 잡지를 사겠다고 한 난리다. (빼먹었다고 난리칠 주변 사람이 너무 많아 걱정이다.) 시안은 재판을 찍어야 한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줄곧 내게 큰 그늘로 서 계신 큰오빠는 이번엔 등단 상금의 열 배의 금일봉을 주겠다고 한다. 10형제 모두가 다 뭘 못 해주어 난리다. 십 남매의 여덟 번째로 태어난 나를 딸이라고 엎어서 윗목으로 밀어 놓으셨던 나의 어머니께선 등단 축하 현수막을 친정집 마당에 걸겠다고 하신다. 내 마음은 지금 매일 만지는 게 돈이지만 이 당선금 50만원을 어디에 쓸지 萬化方暢 중이다.

남편은 벌써 고민이 하나 더 늘었다고 한다. 시단 모임은 될 수 있으면 자제하라고 한다. 한국 시단이 傾國之色인 나로 인해 시끄러워지는 일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정말 그럴까, 나의 미모를 확인하고 싶은 사람들은 그러니까, 충북 단양의 대강철물점으로 오면 된다.(이건, 내 말이다)

그렇다, 모두 웃자고 하는 말이다. (아니다, 이건 비슷비슷한 당선소감은 피하라고 부추긴 선생님의 말이다.) 이제, 나는 내게 주어진 철물점 일 열심히 하며 녹은 슬지 모르나 변치 않는 철물 같은 시를 쓰려고 한다.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감사드리며 탐석하는데 좋은 빠루나 하나씩 선물할까 한다.

†약력

-이름 : 홍정순(洪貞順)

-출생 : 72년 충북 단양 生

 

 

 

 

 

출처 : 여기는 ***쇠꼽별***
글쓴이 : Acaba 원글보기
메모 :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시단을 더 환하게 빛내시길 바라겠습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