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누구를 찾아 헤매었던 만큼
저도 누구를 찾아 헤매었지, 다 알아
마주칠 적마다 서로 알아보지 못했고, 알아볼 수 있을 때는 동시에 낯 돌렸다고
피해다녔다고 도망쳤다고
시시한 너무나 시시한 길
나도 저의 길이 되고 저도 나의 길이 되어
새 길처럼 낯선 길처럼
걸어온 만큼 오랫동안 속이며 속아주며
어딘가 진정 멋진 길의 거기가 있을 거라는, 믿음마저 꼭 같으면서도, 여기를 함께 걸으면서도 서로 다른 거기를 따로 걷고 있다는, 절반 너머 닳아버린 신발 네 짝의 착각.
* 거짓말로 참말하기, 천년의시작(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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