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었을 적엔 보라는 듯 도도하게
자태 뽐내던 붉은 장미꽃,
누가 손댈까 봐
줄기엔 가시마저 새파랗게 세우고 있더니.
그래서 꽃 따는 유혹도
피 흘리는 아픔 두려워
서성였는데.
이제는
밤에도 문 열어놓고 자는
너는 할미꽃, 초로(初老)의 부인.
낯뜨건 육담도
걸쭉한 웃음으로 받아넘기는
빗장 없는 너의, 눈부신 변신.
세월이 입힌 인생의 더께.
* 꽃나무 아래의 키스, 천년의시작.
'詩다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만약 내 혀가 입 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 [김선우] (0) | 2008.09.01 |
---|---|
일몰의 노래 [이수익] (0) | 2008.08.30 |
세상의 모든 여인숙 [안도현] (0) | 2008.08.30 |
시인 본색 [정희성] (0) | 2008.08.30 |
나도 내가 많이 망가졌다는 것을 안다 [정희성] (0) | 2008.08.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