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디로 갔다가 어디서 돌아왔느냐 자기의 꼬리를 물고 뱅뱅 돌았을 뿐이다 대낮보다 찬란한 태양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한다 태양보다 냉철한 뭇별들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하므로 가는 곳만 가고 아는 것만 알 뿐이다 집도 절도 죽도 밥도 다 떨어져 빈 몸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보았다 단 한 번 궤도를 이탈함으로써 두 번 다시 궤도에 진입하지 못할지라도 캄캄한 하늘에 획을 긋는 별, 그 똥, 짧지만, 그래도 획을 그을 수 있는, 포기한 자 그래서 이탈한 자가 문득 자유롭다는 것을
* 한국 대표 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시 100편 <어느 가슴엔들 시가 꽃피지 않으랴 2>, 민음사, 2008.
'詩다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푸른 하늘을 [김수영] (0) | 2008.07.09 |
---|---|
그리고, 그러므로, 그러나 [김정환] (0) | 2008.07.09 |
독립영양인간 2 [문혜진] (0) | 2008.07.08 |
깊은 졸음 [황인숙] (0) | 2008.07.08 |
낙타에 대하여 [김수영] (0) | 2008.07.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