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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두 [황인숙]

초록여신 2008. 7. 1. 10:24

파두

ㅡ 리스본行 야간열차

 

 

 

 

 

 

 

 

 

잠이 걷히고

나는 서서히

부풀어 올랐다

어떤

암울한 선율이

방울방울

內分泌됐다

공기가 으슬으슬했다

눈을 들어 창밖을 보니

한층 더 으슬으슬하고 축축한

어둠이었다

 

 

끝없이 구불거리고 덜컹거리는

産道를 따라

구불텅구불텅

덜컹덜컹

미끄러지면서

(이 파두, 숙명에는 기쁨이 없다.)

 

 

나는 점점 더

부풀어 올라

탱탱해졌다

오줌으로 가득 찬

방광처럼.

 

 

 

 

 

 

* 리스본行 야간열차 / 문학과지성사,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