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자명한 산책 [황인숙]

초록여신 2008. 7. 1. 10:05

 

 

 

 

 

 

 

 

 

 

아무도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는

금빛 넘치는 금빛 낙엽들

햇살 속에서 그 거죽이

살랑거리며 말라가는

금빛 낙엽들을 거침없이

즈려도 밟고 차며 걷는다

 

 

만약 숲 속이라면

독충이나 웅덩이라도 숨어 있지 않을까 조심할 텐테

 

 

여기는 내게 자명한 세계

낙엽 더니 아래는 단단한, 보도블록

 

 

보도블록과 나 사이에서

자명하고도 자명할 뿐인 금빛 낙엽들

 

 

나는 자명함을

퍽! 퍽! 걷어차며 걷는다

 

 

내 발바닥 아래

누군가가 발바닥을

맞대고 걷는 듯하다.

 

 

 

 

 

* 자명한 산책 / 문학과지성사,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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